EKK) 마피아 패러랠 -1

에크 18-09-01 19:45 53
*성적 관계 표현이 있습니다
CRIME STREET 설정 AU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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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번 관계 후에 담배를 폈다.


레이는 그 매캐한 향을 맡으며 몽롱한 의식을 던져버리고 정신을 차렸다. 헐떡이던 숨소리도 안정되어 가고, 땀으로 범벅되어 뜨거워진 몸도 이내 식고 있었다. 언제나 그 담배향으로 인해 그는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다...딱히 이 행위에, 깊은 뜻을 둔건 아니었다. 그저 이 온기와 쾌락에서 더 이상 자신이 벗어날 수 없다는걸 깨달았을 뿐.


이걸 깨달았던건 언제였던가.


그와 이 관계를 지속한지 약 삼개월이 지나가고 있었다. 단순한 파트너로선 길다면 길수도 있고 짧다면 짧기도 한 그런 기간이었다. 그렇지만 꽤나 자주 만났다. 이틀에 한번, 길어도 사흘에 한번. 초반에는 그래도 사흘에 한번씩이 보통이었는데 한달쯤 지나자 거의 매일 연락해 만난 적도 꽤나 있었다. 짧은 메세지-만날래?, 그래.-정도면 그와 호텔 방 안에서 만날 수 있었다. 403호. 그는 능숙했다.
무엇에?
글쎄, 이런 관계에-라고 해야할까.


뒤엉켜서 세번정도 사정해도, 또 시야가 뒤집어져 한번 더 하게 된다. 두사람의 액으로 범벅된 아래에 또 비집어넣어 정신없이 허리를 흔든다. 좀 더, 더...하다가 진짜로 체력이 다 빠질때까지 한 적도 적잖다. 그는 단 한번도 먼저 '이제 그만할래.'라고 한 적이 없었고 레이 또한 그러했다. 차라리 정신을 잃었으면 모를까. 물론 정신을 잃은 적은 초반 이외에는 딱히 없었다. 그때 레이는 놀림받았지만 눈을 휘며 웃고 놀리는 그는 기분이 좋아보였던게 아직도 뇌리에 선명했다.


세달동안 만나면서 알게된건 성감대나, 그의 몸에 있는 점 개수나, 눈이 어떻게 생겼다고 묘사할 수 있을 정도밖에 없었다. 그의 직업이나 나이 정도야 다른 사람도 다 아는 걸테니 레이만 알고 있는건 이 세가지가 다였다. ...어쩌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바텐더가 말해줬던게 떠올랐다. 그 분, 파트너가 자주 바뀌어요. 그 말은 레이도 그에게 금방 갈아치워질 존재라는 것과 동일했다. 딱히 그가 지금 다른 사람과 만나는거 같지는 않았지만 24시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통제할 생각도 없었다. 다만...어쨌거나 지금 그의 몸에선 제가 만들어둔 흔적과 묻혀둔 체취뿐이었다. 그걸로 만족했어야하는데.

만족, 했어야하는데.


레이는 성경을 떠올렸다. 인간의 죄는 탐욕이다, 자신은...그러므로 죄인이 된건가. 아니, 모든 인간이 그러하리라. 자신은 이 남자를 욕심내게 되었다.
나만 바라봐주었으면.
나와만, 몸을 섞었으면.
나에게만 웃어주고, 속삭여줬으면.


이뤄지지 않을 욕망이 꿈틀거리며 매일 커져만 갔다. 곰팡이로 썩어가는 빵을 포장지에 넣어 숨기듯 그는 제 맘을 언제나처럼 감추었다. 어렵지 않았다. 자신이 짓는 표정은 무표정과 쾌락에 찡그리는 표정 단 두개였으니까. 그 외의 표정은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의 앞에선, 이 무대를 내려갈때까지 자신은 이 역에 충실해야만 했다.

"그건 아마도 사랑일거에요."

레이는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에 놀라서 어깨를 들썩였다. 방 안의 라디오를 그가 켠 듯 했다. 담배는 거의 다 폈고, 언제나처럼 그는 곧 나가게 될 것이다. 느슨한 미소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등만 바라봐도 알 수 있었다. 검고 매끈한 머리를 만지고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자신은 미친게 분명했다.
어쩌면 곧 진짜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

"그럼, 안녕."
"...저기."

언제나처럼 안녕이라고 말하기 전에,
결국 터져나온 감정이 그를 붙들어세웠다.

"...다른 사람하곤 이거, 하지 말아줬음 하는데."

부탁이라기엔 공손하지 않고, 명령이라기엔 효력이 없는 말은 뭐라고 해야할까. 헛소리? 그정도가 적당했다. 알아들었는지 아닌지 플렌은 그저 웃었다. 그리고 다가와서 다정하게 속삭이곤 누워있는 레이의 앞머리를 넘기고 이마에 살짝 키스해주었다.

"사랑해, 레이."

레이는 그가 최고의 거짓말쟁이란걸 알고 있었기에 희미하게 웃곤 그의 뺨을 매만졌다.
그래, 그렇다면...이 꿈에서 깨기 전까지 여기에 취해있는 편이 좋다.
사랑한다는 말은, 섹스 중에 신음과 함께 간혹 나오는 말 뿐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의미는 없었다. 적어도 이 남자에게는.

"사랑해, 플렌."





레이도 그래서 그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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